에녹 엘리시아:... 정말 당황스럽네, 어제는 또 멀쩡했으면서... 하루 만에 이런다고? (당신의 이마를 한두 번 톡톡 치고는,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고개를 가볍게 저어. 대충 옷 중 널찍한 걸 챙겨와선 상의를 갈아입혀줬다. 기존에 당신이 입고 있던 건, 대충 빨래통 옆에 뒀을까.) ... 언제 일어나려나. ... 애초에 일어나게 둬도 되는 건가? (아까 들은 말 스쳐 지나가기...)
니샤를 깨끗하게 만들고
입고있던 옷을 빨래통 옆에 두고.
그러고 나서야 당신은 니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이지만,
너무나도 피로한듯 잠들어 있어 깨우기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일어나면 꼭, 전부 물어봐야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까무룩 눈이 감깁니다.
...
니샤 아이딘:에녹-...!!!
에녹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깨어납니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막 깨어난듯,
땀으로 범벅이 된 니샤가 당신의 손목을 쥐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에녹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 맞아요.
겨우 침대에 뉘여두었던 니샤가 어젯밤 내내 악몽이라도 꾸는 듯이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해 에녹은 그 옆에서 지켜보다 잠들었었죠.
자신을 바라보는 에녹의 시선을 바라본 니샤는, 탄식과도 같은 한숨을 뱉으며 손목을 놓아줍니다.
니샤 아이딘:…아. 미안, 놀라서.
이내 흔들리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가라앉은 눈동자로 에녹에게 사과를 건네는 니샤는,
어젯밤보다 훨씬 안정되어 보여요.
어제의 일에 관해서 물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에녹 엘리시아:... (잠에서 막 깨어나서인지, 잠시를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려.) 아, 니샤. ... 지금은 괜찮은 거야? (상태를 확인하듯, 당신을 살펴보고는) ... 어제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니샤 아이딘:…으응, 어제? (시선을 맞추다가 정말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는 양 순진무구한 얼굴로 바라본다.) …어제, 내가 너한테 뭐 했어…? 호, 혹시 주사같은 거 부렸나…?
에녹 엘리시아:... ? (조금 멍청해져 가는 표정...) 너, ... 하나도 기억 안 나? 어제 나한테 무슨 말 했는지도? ...
니샤 아이딘:(바보처럼 끄덕끄덕.)
에녹 엘리시아:(같이 바보되기...)
니샤 아이딘:에녹… 표정 바보같아… 내가 어제 무슨 말 했는데?
에녹 엘리시아:... (이걸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슬 저어.) 뭐... 평소처럼 바보 같은 말 했지... 술이라도 마셨었어? (능청스레 거짓말을 쳐, 자리에서 일어났나.) 뭐라도 마실래?
니샤 아이딘:… 조금? 어제 일 끝나고 회식 있어서 어쩌다보니까… (헷. 웃는다.) 냉장고에 뭐라도 있어?
에녹 엘리시아:...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우리 집까지 올 정도면, 꽤나 마신 것 같은데. (그러곤 냉장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뭐가 있던가? 이제야 든 의문... 그렇게 열어보면, 조금 허전한 내부가 보였다...) 음~ ... 주스라도 마실래? (유일한 음료...)
니샤 아이딘:… 그치만…! 원래 사회생활 하다보면 원치 않아도 마셔야 할 때가 있으니까. …선배분이 유난히 텐션이 업 되셔가지고 어쩔 수 없었어. 그리고 나 그렇게 많이 안 마신 것 같은데… 너한테 온 거 보면 …음 취했나봐. (그러다가 멀찍히 냉장고를 보더니…) 주스는 좋은데… 혹시 냉장고 안에 그것 밖에 없어?
내부는 정말 주스 빼고는 텅텅 비어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장을 봐야 했던 날이네요…아아.
에녹 엘리시아:하긴 니샤는, 그런 거 처리 잘 못하니까... 적당히 잘 넘기는 팁이라도 나중에 알려줘야 하나? (장난스레 웃다가도 냉장고를 보면 은은해져. 일단 주스나 꺼내고는, 냉장고를 다시 닫는다...) ... 응... 슬슬 장 보러 나갈 때가 되긴 했지? (잔을 하나 꺼내서는, 네 앞에 놔줘. 주스를 따라줬나.) 오늘 할 거 있어? 없으면, 같이 장이나 보러 가줄래?
니샤 아이딘:… 가령 어떤 식으로? (컵 안에 주스가 따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 따라졌다 싶으면 손을 뻗어 컵을 잡는다. 한모금 홀짝 마시며 말을 잇는다.) 오늘은 휴일이라. …그래. 나도 갑자기 찾아온게 미안해서… 내가 뭐라도 만들어줄게. 너 요리… 잘 못하잖아.
에녹 엘리시아:음...~ 말발로 넘기기? 네가 계속 받아주다 보면, 목표가 안 바뀔 테니까... (결국 네가 아닌 다른 희생자를 만들면 된다! 같은 말을 해. 작게 웃고는, 본인 컵도 앞에 새로 두곤 마실 만큼만 조금 따라둬. 주스는 다시 넣어뒀다.) 오래간만에 음식다운 걸 먹겠네... (주스를 그대로 쭉 마시고는) 미안할게 뭐가 있어. 네가 찾아와주면 나야 즐겁지... (요리 못한다는 말은 은근슬쩍 넘기며..)
니샤 아이딘:… 그건 과외가 필요한 일이야. 유도리 있게 넘어가는 일은 잘 하지만, 기분 좋은 상대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여전히 어렵거든.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너털 웃음 짓는다.) 그거, 나는 절대 못 쓸 방법인 거 알고 있지? 그냥 내가 희생할래. 그럴 바엔. (두 번째 입에 주스를 모조리 마신다.) … 얘 어떻게 살아가려고… (밥 해주고 자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 뿐.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갈까.슬슬.
에녹 엘리시아:... (당신의 말엔, 가볍게 한숨을 내쉬어.) 뭐, 예상한 답이긴 한데. ... 술자리일 뿐이잖아? 잘 마시지도 못하는 네가 그런다고 하면 어쩌니... (괜히 네 이마에 가벼운 딱밤이나 콩, 치고는 컵을 대충 밀어 치워두곤 일어나.) 그래도 나름, 무난하게 살고 있는걸? (실없이 웃으며 말하고는, 나가는 길에 대충 몇 개 걸려있는 겉옷 중 하나를 네게 건네. 본인 것도 하나 챙겨뒀나.)
니샤 아이딘:… … … 뭐든 최선을 다 하고 싶어서… (꽁 맞기 전에 피해보지만 이번엔 제 속도가 늦었다. 결국 아프지도 않은데 괜히 이마 문질거린다.) … 밥은 대체 어떻게 해결하는거지. 매일 시켜먹나? (가벼운 의문이 스친다. 건네받은 겉옷을. 챙겨 입고 단추까지 꼭꼭 잠근 후에 문을 나선다.) 아무튼 내가 오늘은 오므라이스 해줄게. 자주 해먹어서 그것만큼은 잘해.
그렇게 두 사람은 장을 보러 나갑니다.
흐릿한 날씨에 찬바람이 조금 불어 춥네요.
니샤와 에녹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에 도착합니다.
마트에 도착한 후, 니샤는 무언가를 떠올린듯 난색을 표합니다.
니샤 아이딘:… … … … … 에녹……...
에녹 엘리시아:응? 왜 그래, 니샤. (쳐다봄...)
에녹이 무슨 일이냐는듯 고개를 돌리면,
니샤 아이딘:나… 지갑을 두고 왔나봐...
지갑을 두고 왔다고 하네요.
니샤가 원래 빈대 붙는 성격은 아니었기도 하고, 어제 그 꼴로 들어왔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말마따나 시비가 붙어 싸우다 길거리에 흘리기라도 했나봐요.
에녹 엘리시아:(바보를 바라보는 얼굴...) 어차피 내가 얻어먹는 입장인걸... 난 들고 왔으니까 걱정 마세요...- (뒤로 가선 등을 쭉 밀어주기...)
에녹 엘리시아:하긴... 거기에 애도 잠깐 키웠던가... 잘 알만하네. (이런 건 배우는 게 좋겠네, 싶어서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보는 중...) ... 하긴, 프릴 잔소리 무서우니까... (그런 말...)
니샤 아이딘:그렇지… 아무래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늘었으니, 이것저것 잘 하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은은한 표정…) 흐… 그래서 안 들으려고 노력하려고. (적당히 카트에 담았으면 끌고 계산대로 향한다.) 생각보다 값은 얼마 안 나왔을 거야. 조절하며 담았거든.
에녹 엘리시아:역시 누군가랑 살아가려면, 잘하는 것도 늘어야 해... (그런 의미에서 난 자신이 없네. 그러곤 장난스레 웃으며 계산대로 따라가. 계산을 마치고는, 말대로 영수증을 한 번 확인했나. 그대로 짐을 들고나간다.) 나중에 네게 제대로 팁이나 배워야겠어...
니샤 아이딘:앞으로 누군가랑 같이 살 생각은 없어? (나가는 널 뒤따라 간다.) 팁이랄 건 없는데… 그냥 카탈로그 자주 살피고, 할인 쿠폰 모으고. 메모해두면 돼. …근데 지갑 잃어버린 것 같으니 또 언제 모으지. 내 쿠폰들… (볼 긁적긁적.)
에녹 엘리시아:음~ ... 일단은? 같이 살 사람을 구하기엔, 그 사람이 힘들겠다 싶어서 말이지... (아무래도 생활력이 안 좋잖아, 나는. 그런 말을 덧붙이며 말해.) 뭐 어쩌겠어... 잃어버린 거, 흠... 아니면 네 기억 속 마지막 장소에서 우리 집까지 가는 길이라도 한 번 확인해 볼까?
니샤 아이딘:같이 살면서 바뀌는 것들도 몇 있으니까. 설마… 평생 그럴까!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향이 이런 데서 드러난다. 이어진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서도 못 찾으면… 포기해야겠지. (조금 시무룩한 채로 마트 밖으로 나선다.)
에녹 엘리시아:... 그래?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으나, 정말인지는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 싶어서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러게나 말이다... 털어봤자일 텐데.
니샤 아이딘:에녹… 돈 얼마나 있어? 많이 벌지 않았어?
에녹 엘리시아:... 뭐, 적지는 않을걸... (은은해짐... 머리 긁적...)
니샤 아이딘:… 나 그러고보니 에녹 뭐하는지 잘 몰라… 혹시… 불법적인 일을 하는 거 아니지? (의심하는 건 나쁘지만 일단 넌 퀴에스였잖아…)
에녹 엘리시아:... 아, 그러네. 너한테는 직접 말한 적 없었지... (잠시 고민하긴 했으나, 알려주지는 않을 모양인지. 그저 장난스레 웃어 보이기만 해.) 뭐,... 그래도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야. 믿어줄 거지?
니샤 아이딘:… … 비밀이 많네. 나는 너한테 직업 다 까발렸는데. (하기야. 경찰 앞에서 보통 깡이 아니고서야 불법적인 일을 할 리 없다.)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체포해야지. (농조.) 나 너보다 힘 센 거는 알지? (애초에 에녹은…은은)
에녹 엘리시아:... 음~ 근데 말하면, 조금 부끄러울 것 같거든. ... 내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준비라도 할까? 그런 말이나 하면서, 제 두 손을 흔들어.) ... ... 이거, 협박이라던가 그런 거야-? 무력으로 잡아버리겠다, 뭐 그런...
니샤 아이딘:… 왜 부끄러워? 뭐… 뭘 하길래. (그렇게 말하면 점점 더 궁금해지는 사람… 이지만,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않으면 캐내는 성격도 아니기에 그냥 넘긴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앞으로 허튼짓 하지 말라는 경고?
에녹 엘리시아:... 음, ...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고는 해둘까... 이러면 덜 걱정되려나?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 하면, 걱정이 줄기 마련이니까. 곧 네 말엔 눈만 깜박이다 슬 웃어.) 네, 조심하겠습니다. 경찰님께서 두 눈을 뜨고 보고 계신데, 조심해야지... 아, 그래서 어디쯤이야? 마지막 지점.
니샤 아이딘:… … … (더 수상해보인다… 얘가 선생님을 할 리는 없고. 아이들을 위해… 건물이라도 세웠나? 온갖 추측이 난무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꺼내진 못했다.) 음… 술 마시고 가게 나온 것 까지? 그 후에는...
에녹 엘리시아:... ... 왜 말이 없어. 이거 더 수상하게 들렸나?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되는 거지... 최선 아닌가, 이거. 당신의 생각을 읽을 수도 없으니, 그저 헛웃음 한 번 흘리고는) 그럼 그냥 그 가게부터 쭉, 걸어볼까?
니샤 아이딘:아무래도… (그러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음. 아냐 이건 내가 따로 찾을게. 일단 배고파서… 밥부터 먹고 찾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
에녹 엘리시아:본전도 못 찾았네... (그러곤 고개 슬 기울어.) ... 네가 그러겠다면야, 뭐... 알았어. (찝찝한 느낌이긴 하나, 당신의 상태를 생각하면 꽤 배고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끄덕이곤 마저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해.)
자, 빠트린 물건은 없지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에녹과 니샤는 천천히 집으로 향합니다.
...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하고 테이블 위에 꾸려놓은 짐을 풉니다.
탁.
장바구니가 식탁 위에 내려놓아집니다.
둘이서 주섬주섬 짐 정리를 하다, 얼추 다 될 즈음 니샤는 에녹의 등을 떠밉니다.
니샤 아이딘:내가 할게. 에녹은 쉬고 있어!
에녹 엘리시아:응? 그래도 네가 손님인데... 뭐라도 도와줄게.
니샤 아이딘:괜찮아~. 음. 그럼… 접시 세팅만 해줄래? 그…솔직히 말하면. 에녹은 도와주지 않는 게 돕는 거라서… (…)
니샤 아이딘:으응...? 아! 저번 주에 좀 위험한 업무를 맡아서. 그 때 생긴 상처들이야. 훈장… 같은 거랄까?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아~.
니샤는 그리 말하며 비릿하게 웃습니다.
평소와 같은 것이라 보고 싶은데, 잠깐 스쳐지나간 그 표정은 분명 어딘가 서늘해보였어요.
기분.. 탓이겠죠?
에녹 엘리시아:... 너무 몸을 막 다루는 거 아니야? ... (네게서 보지 못할 법한 표정들을 한 번이 아닌, 몇 번을 보고 나니까 무언가 찝찝함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밥을 마저 천천히 먹으면서도, 한 번씩 당신을 살피듯 바라봐.) ... 상처는 남잖아. ... 저번 주에 무슨 업무를 맡았길래?
니샤 아이딘:경찰이잖아. 어쩔 수 없는 거지. (대꾸하며 웃는다. 이번 웃음 만큼은 맑고 투명하여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 걱정삼고 싶지 않았는데. 다만, 다른 감정이 섞여있었다. 미안함. 천천히 제 앞에 있는 오므라이스 역시 먹는다.) 음. 은행 강도. 위험했지. 총기들까지 동원되어서. 결국 인명피해 없이 끝났지만 말이야.
에녹 엘리시아:... 너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네. (괜히 투덜거리듯 말해. ... 그래도 자신이 알던 당신의 웃는 표정을 보고 나니, 내심 조금 안심한 듯 보였나. 그 속에 섞인, 미안함도 당신 같아 보이니까...) ... 정말 위험한 것도 했네. 피해는 없었다니, 다행이다... ...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더니) 요즘에 다른 패션에 관심이라도 생겼어?
니샤 아이딘:내 경우에 한 정해서지. 물론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상처를 가지고 슬퍼하고 아파할 시간은 없으니까.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고개를 기울인다.) 으응? (그리고 무언가 떠올라 입을 뗀다.) 아. 기분 전환? 나도 이제 곧 30대를 향해가니까… 언제까지고 맨투맨에 후리스만 입을 순 없으니까.
에녹 엘리시아:... 나빠라. 나한텐 뭐라 했었으면서... (별생각도 없으면서, 뒤끝이라도 남았다는 마냥 굴어. 한 입 더 먹고는 또 얌전히 네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 ... 그런가. 어째 나도 타격 입는 기분인데, 이거... ... 그래도 아직 네 얼굴이 20대인데 벌써부터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아?
니샤 아이딘:너는 다치면… (까지만 말하다가 입을 다문다. 그냥 말하지 말자.) …미리 대비? 갑자기 30살 되자마자 옷 사러 백화점 가는 것도 웃긴 일 같아서...
어느정도 밥을 다 먹어갈 즈음, 니샤가 음료도 마셔보라 합니다.
에녹이 좋아하는 재료로만 만들어진 음료네요. 신경을 꽤 많이 쓴 티가 납니다.
니샤의 눈이 기대하는 강아지처럼 똘망똘망한 것이, 얼른 마셔봐야겠어요.
에녹 엘리시아:(아아아... 미안해서, 음료 한 모금 얼른 마셔요...)
에녹이 음료를 마시는 것을 본 니샤는 설거지도 하고 가겠다며 일어납니다.
이거… 말리려고 해도 이미 가버렸네요…아아.
그러던 중 니샤가 문득 묻습니다.
니샤 아이딘:아참 에녹, 혹시 내가 입고 온 옷 빨았어? 뭐 나온건 없었지?
에녹 엘리시아:... 아, 그거. 응... 네가 어디서 구르기라도 했는지, 꽤 더러워졌길래. (그러곤 잠시 떠올리는 척, 말이 없더니) 응, 뭐 없었던 것 같은데. 왜? ... 뭐 중요한 거라도 있어?
니샤 아이딘:그랬구나… 괜히 일 시켰네. (간극.) 어제 껌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던 것 같거든. 버렸나봐.
달그락 달그락, 이내 주방이 물소리로 가득찹니다.
손바닥까지 다쳤으니, 니샤가 설거지를 아주 금방 끝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에녹은 니샤의 옷에서 나왔던 가죽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보니 뭔가 더 적혀있었죠.
지금이라면 봐도 들키지 않을 것 같은데..
대체 여기에 적힌것이 뭐길래 물어보기까지 하는걸까요.
... 자리를 옮길까요.
에녹 엘리시아:그닥 일도 아니었는걸...~ (자리를 뜹니다... 마저 읽으러 가요. 빨래방으로 다시 저벅저벅...)
목을 조르는 입장인 니샤주제에 고통과 슬픔으로 젖은 눈을 하고서는 이를 악문채 에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니샤의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손아귀의 힘이 조금 약해진듯도 합니다.
막상 죽이려니 망설이기라도 하는건지.
이대로 죽기에는 억울합니다.
대체 당신은 누구인가요.
누구이기에 나를 죽이러 온건가요.
에녹 엘리시아:... 너, 니샤가 아니구나. (그럼 굳이 네게 약하게 굴어줄 필요가 없는데..., 그럼에도 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제 목을 쥔 네 손목만 꾹 쥐고 있어.) ... 근데 말이야, 뭐 하는 거야 너? 죽이러 왔으면 제대로 해야지... 이따위로 해서 누굴 죽이겠다고... (아니라는 확신이 섰는데도, 결국 망설이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혼란스러운 듯 보여.) ... 뭐 때문인데? 적어도 내 친구의 모습을 했으니 불쌍함에 넘어가 죽어줄지 누가 알아... (말이라도 늘여보라는듯, 굴어.)
니샤 아이딘:… 나는 니샤가 맞아. 다른 세계에서 온. (여전히 떨림이 가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완전히 널 놓치는 못한다.) 너를 살리기 위해 너를 죽이러 왔어. …내가 너를 지키지 못했거든. 그게 미안해서. … (그 뒤에 덧붙여지는 말은 없다. 애초에… 맨정신으로 이럴 수 있을까.)
에녹 엘리시아:... 그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하지만 떨리는 네 손이 느껴져오면, 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시키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인상이 미미하게 찌푸러졌다.) ... 근데 내가 아는 니샤라는 사람은, 내가 죽었다고 해서 다른 세계의 사람을 직접 죽여서라도 살려내겠다고 할 사람이 못 되는데. ... 한때는 소중한 사람보다,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구하겠다고 한 사람이야... 널 어디까지 믿어야 해? (작게 혀를 차고는, 일단 떨어져 보라는 듯 당신의 복부를 강하게 발로 차버렸다.)
니샤 아이딘:(세게 복부가 가격당해도 그 의지만큼은 꺾을 수 없다. 아니, 이건 강박에 가깝다. 기침은 하나 손을 놓친 않는다.) … 하지만, 여긴 진짜가 아니잖아. 환각 속 세계. 현실을 위해서 꿈 속의 너를 해치는 것 쯤은 가뿐하게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상해. 왜이렇게 진짜같지?
니샤가 하는 말은 참으로 진실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어요.
당신은 이곳에 실재하고 또 살아있습니다.
이 세계가 가짜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니샤 아이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 뿐입니다.
니샤 아이딘:내가 틀렸다고 하지 말아줘… 에녹. 엘리시아. (어쩐지 두려운 목소리다. 마주하기 싫은 걸 마주하는 기분.)
에녹 엘리시아:(본인의 순수 힘이 약하다는 게, 이렇게까지 불편한 적이 있던가... 이래도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잡혀있으면, 따라 작게 기침을 몇 번 해.) ... 아, 그런 거였나. ... 그런 거면... (조금은 얼빠진 마냥 혼자 중얼거려. 당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 중 하나를 떼어내, 다시 네 이마를 감싸듯 쥐어 잡아.) ... 그쪽의 나라면, ... 그래. 네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해주겠지... 사실 나도 다를 건 없을 예정이었는데. (그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해.) ... 미안하네, 이런 거라면 깨어나서 가라고 할 수밖에 없잖아... 겨우 날 살리겠다고 네 손을 더럽힌 걸 알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거든... ... 뭐 때문에, 네가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진 몰라도... 일단 나도 살아있거든, ... 이쪽에도 니샤가 있고. (그래도 기분은 좋네... 나 하나 살리겠다고 이렇게까지 해주는 세상이 있다는 게. 스스로도 어이없는지, 헛웃음이 흘러나와.) 포기 안 하면, 네가 싫어하는 짓을 할 사람이란 것도 잘 알고 있겠지...
니샤 아이딘:(기침을 할 때 마다 멈칫 거린다. 환상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이래서 내가 환각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마 위에 얹혀진 손에 힘이 가해지자 두려운 듯 몸을 떤다.) … 모두를 지켜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깡그리 잊어버렸으니까. 다수도, 소수도 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근데… 고작 한 명도 못 구해버리니까. … (이제 표정에 웃음기는 없다. 울듯한 표정만이 남았을 뿐이다.) … … 너무 정교해. 진짜 에녹이 할 것 같은 말만 하잖아. 너는 가짜일텐데도…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 알아. 그러니...
내가 해야하는 일은 이것 뿐이겠지.
더이상은 대답해 줄 것이 없는지, 마음을 굳힌 니샤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갑니다.
무엇이든 해야겠어요.
하지 않는다면.. 에녹의 앞에 남은 것은 죽음 뿐입니다.
니샤 아이딘:이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어… (힘을 준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에녹 엘리시아:(어째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 기분이었다. 전부터 알기 쉽다니까, 이런 건... 그래도 앞에 있는 이 사람도 니샤라는 걸 알고, 두려움이 눈에 보이면 또다시 하염없이 물어지는 게 에녹이란 사람이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술만 잘근 깨물다가) ... 거기선 다수도 못 구했나 봐, 그런 말을 하는 것 보면... (결국 한숨을 내쉬고는, 곧 울 것만 같은 네 눈가나 대충 문질러줘봐.) ... 왜? 거기의 내가 못해줬으니, 내가 해줄 수 있을 텐데... 편해지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도 안 해줬나, 걔는... (또 하염없이 기침만 나와. 이러다간 정말 위험하겠다 싶은지) ... 미안해, 걔도 나도 네게 못할 짓을 하게 된 것 같아서... (니샤긴 하지만, 정확히 내가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잖아... 이쪽은 살아있기도 하고, 그런 생각과 함께. 주먹을 쥐어선, 얼굴을 강하게 쳐. 적어도 지팡이를 가지러 갈 수 있기만 하면 되니까.)
니샤 아이딘:… 애초에 다수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은 없었어. 그래서 죄책감이 더 심해. (그 쉬운 상황에서도 구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니까. 이건 중압감이다. 그것이 나를 보채게 한다.) 싫어. 잊으면 그거야 말로 내가 가장 바라지 않은 결말이니까. 나는 잘못된 걸 바로잡고 싶었을 뿐이야. (형편없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복부가 아닌 얼굴에 타격이 가해지자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러는 탓에 목에 가닿던 손이 떼어진다.)
에녹 엘리시아:... 왜 너와 같은 사람들은, 항상 그런 선택을 하는 거야... (여전히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보였다. 결국 잊기는 싫으니, 이런 짓을 하겠다고...) 그래? (역시 비슷한 말을 하네, 혼잣말을 하더니) ... 넌 그 아이가 아니야... 네 의견은 그다지 안 중요해... 분명 걔도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 (이게 맞는 거라고,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제 목에 닿은 손이 떨어지면, 빠르게 일어나 제 지팡이를 챙기러 가려 해.)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 물품들이 넘어집니다.
에녹은 빠르게 자신의 지팡이를 낚아채는 데 성공합니다.
이대로 주문만 외우면 그만이에요.
자,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에녹 엘리시아:... 자, 이제 영웅님은 다시 잠들 시간이야. ... ... 그래도 미안하긴 하네, 네가 원하지 않을 짓이란 걸 알아서인지... (짧은 머뭇거림이 있긴 했지만, 결국 네 이마에 지팡이를 가볍게 대.) 그래도 괜찮지 않아? ... 이것도 악몽을 깨는 방법 중 하나니까. (그러곤 망설임 없이 주문을 외웠다. 네게서 에녹이란 사람이 사라져 그 목표가 사라지도록, 그러니까 악몽뿐인 그 아이를 찾지 마. 이렇게 괴로워할 거라면. ... 전에 네가 자러 갈 때마다 뭐라 했더라, 아... 그래.) ... Mighty fine night. 좋은 꿈 꿔.
에녹은 니샤를 뿌리칩니다.
그리고 지팡이를 잡습니다.
마지막 밤인사를 건네고 세계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갑니다.
동시에 니샤 아이딘의 마음 속에 죄책감이라는 단어 역시 흐려집니다.
주문을 맞은 니샤는 이내 털썩 주저앉더니, 곧 형체가 흐릿해집니다.
애초에 머무를 이유가 사라졌으니 이곳에 더 머물 이유는 없겠죠.
제 3의 존재가 개입합니다.
아, 드디어 날이 갭니다.
시야가 하얗게 점멸합니다.
...
…당신은 눈을 뜹니다.
손마디가 저린듯 싶어 내려다보니, 휴대폰입니다.
당신은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하는 지 잘 알고 있습니다.
홀린 듯 번호를 누릅니다.
뚜르르-..
신호음이 가고, 이내 누군가 받습니다.
“여보세요? 에녹!”
이 세계의 니샤입니다.
어쩐지 안도감이 듭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밝은 목소리로 대꾸하는 니샤는 태연하게도 집에 놀러가면 안되냐 묻습니다.
잠시만, 지금요?
아직 집 정리도 안 되었을텐데요.
그렇게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보면 에녹의 집은 깨끗합니다.
자신을 죽이려 들던 니샤도, 깨진 화병도, 옷도 없어요. 처음부터 없던 사람이라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그곳의 에녹은 슈브 니구라스의 광신도들에게 붙잡힌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그곳의 에녹은 슈브 니구라스에게 제물로 바쳐졌고, 사망합니다. 한편, 에녹의 실종 소식을 알게된 니샤는 에녹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이계의 신을 모신다는 광신도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니샤는 광신도들의 집단에 잠입하여 에녹의 행방을 찾으려 하였으나, 찾기 직전 미고들의 눈에 띄어 연구실로 끌려가게 됩니다. 미고들에게 수많은 실험들을 당하며 니샤는 점점 불안정해집니다. 자신이 원래 누구였는지, 자신은 무엇을 바라는지, 애초에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까지 점점 잊어갑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니샤에게 흥미를 잃은 미고는 니샤를 아무 곳에 버려둡니다. 그렇게 거르고 걸러진 니샤의 이성에게 남은 것은 광기 뿐입니다. 에녹을 어떻게든 찾겠다고. 찾아서 자신의 곁으로 돌려놓고 말겠다는 집착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이거 너무 소관타 같아서 그냥… 집착 지우고 광기의 방향을 환각으로 수정. 자신이 죽이러 가는 에녹은 환상 속 에녹이라고 생각하도록…하….
그런 니샤의 앞에 노덴스가 나타납니다. 니샤를 딱하게 여긴 노덴스는 호의를 베풀어 주기로 했습니다. 파편화된 육신과 이성을 이어붙여주고,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다른 시간선으로 가서 에녹을 데려온다면 원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하며, 에녹을 데려올 수 있는 주문을 알려줍니다.
>>근데 이 에녹 잃어버린게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치환….. ㄱ ㄱ
니샤는 에녹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손으로 에녹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상관 없었습니다. 죄책감을 지울 수만 있다면. 그리고 애초에 이 세계의 에녹은 환상이라고 여기는 걸요.
옥희 (GM):그렇게 니샤는 현 에녹의 시간선에 도착하게 됩니다. 노덴스가 니샤의 이성과 육신을 이어 붙여 주었지만, 미고들로 인해 손상된 부위들이 너무도 광범위해 기억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니샤는 도착하자마자 손 안에 쥐고 있던 무언가의 가죽에 노덴스가 알려준 주문을 휘갈겨씁니다.